[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5] 남부는 왜 공화당 아성이 됐을까

Jun 1, 2019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지역이 공화당의 아성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노예해방을 반대했던 남부 주들은 남북전쟁 당시 공화당 소속 링컨 대통령과 대립했던 민주당을 지지했었고 이같은 전통은 100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조지아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지난 1964년이 처음입니다. 그 전까지 조지아를 비롯한 ‘진짜 남부(Deep South)’는 민주당이 아니면 어떤 선거든 당선은 꿈도 못꾸던 곳이었습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선거 결과는 지금과는 정반대로 “북부는 공화당, 남부는 민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남부 지역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닉슨 후보.

지난해 조지아 주지사 선거당시 공화 진영이 흑인 등 소수계 유권자에 대한 선거권 억압을 시도했다며 지금도 소송이 진행중인데 예전에는 민주당이 같은 의심을 받았습니다. 실제 남부의 민주당은 19세기 후반 공화당 지지기반인 흑인과 저소득층의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투표 절차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 전력이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한 번에 역전시킨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1960년대 초반 불어닥친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의 바람입니다. 남부 백인들은 당시 민주당 린든 존슨 정권이 민권운동법(Civil Rights Act)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봉기했습니다. 악명높은 KKK가 활개를 쳤고, “은혜를 모르는 민주당을 손봐줘야 겠다”는 여론이 퍼졌습니다.

배리 골드워터

이때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 공화당 전략가들이 등장해 ‘남부 전략(Southern Strategy)’을 내놓습니다. 리처드 닉슨의 전략가였던 케빈 필립스는 “(민권운동법에 반대하면) 공화당은 앞으로 흑인표의 10-20% 이상을 절대 얻을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화당에 유리하다”면서 “남부의 흑인들이 (민권운동법에 찬성한) 민주당에 표를 던질 수록 남부 인구의 대다수인 백인들은 그 반작용으로 공화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말이 ‘전략’이지 결국 인종주의(racism)를 이용해 표를 얻겠다는 뻔뻔한 ‘수작’이었지만 그 효과는 정말 강력했습니다. 1964년 역사상 가장 인기없었던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는 존슨 대통령에게 6개주를 빼고 모두 참패했는데 승리한 주 가운데 5개가 조지아와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딥 사우스였습니다. (나머지 1개주는 골드워터가 상원의원으로 있던 고향 애리조나주)

공화당은 남부 전략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부의 각 도시마다 ‘풀뿌리(Grassroots)’ 단체들을 만들어 시의원과 교육감, 시장 등 지방정부부터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연과 학연 등으로 얽혀있는 지방정부의 권력까지 바꾸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964년 대통령 선거 결과. 골드워터 후보는 6개주에서만 이겼다.

그래서 지난 1872년부터 최근 2002년까지 무려 130년간 민주당이 장악해오던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결국 승리를 거둡니다. 지금은 연방 농무부 장관이 된 소니 퍼듀와 네이선 딜, 그리고 현 브라이언 켐프까지 5번의 선거를 내리 이겼고, 주의회 선거도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습니다.

공화당의 남부 지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지아주 등 인구유입이 많은 지역의 경우 이미 이같은 지배구조에 균열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주지사 선거도 예상보다 훨씬 적은 표차가 났고 연방하원 선거에서도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균열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다면 공화당은 ‘제2의 남부전략’을 구상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골드워터를 지지하고 있는 KKK단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