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4] 민주와 공화, 의의로 가깝다

May 25, 2019

지난 회에 이어 민주당의 정책과 역사를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마운트 러시모어

미국인들은 한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거장들을 흔히 그 계통의 ‘마운트 러시모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면 마이클 조단과 매직 존슨 등을 ‘농구계의 마운트 러시모어’라고 부르는 식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마운트 러시모어는 사우스 다코타주의 산 한쪽에 새겨놓은 미국 대통령 4명의 부조입니다. 1927년 건설을 시작할 당시 역사학자와 의회 등이 추천했던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러험 링컨, 그리고 흔히 테디(Teddy)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4명의 대통령이 영예로운 대형 조각상으로 남게 됐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톱3는?

하지만 현재 미국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은 마운트 러시모어와 조금 다릅니다. 지난 2014년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정치학회의 대통령 분과 소속 전문가 1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위는 에이브러험 링컨, 2위는 조지 워싱턴, 3위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나타났습니다.

200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관련 학회가 추천한 정치-역사-법률 저명학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위대한 대통령(Great)’에 속하는 1-3위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험 링컨, 프랭클린 루즈벨트이고 ‘위대함에 가까운(Near Great)’ 4-10위는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로널드 레이건,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임스 포크, 앤드류 잭슨입니다.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과 노예해방을 이끈 링컨 대통령의 선정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루즈벨트 대통령과 애견 팔라(Fala). Franklin Delano Roosevelt Memorial

 

현대 민주당의 뿌리를 이루다

흔히 이름의 약자를 따 FDR이라고 불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현재 미국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불릴만 합니다. 경제대공황을 극복하려고 그가 내놓은 뉴 딜(New Deal)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현대사에서 경제정의와 사회복지 정책의 표본과도 같습니다. 지금도 민주당 내 일부 사회주의 세력은 ‘그린 딜(Green Deal)’이라며 뉴딜에서 영감을 얻은 정책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경제회복에 더해 제2차 세계대전까지 승리로 이끈 FDR은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2선을 넘어 4선에 성공했던 대통령입니다. 연임후 은퇴한 조지 워싱턴 이래 미국 정가에서 불문율처럼 자리잡았던 금기를 깨고 가뿐히 3선에 성공했고, 4선 투표에서도 낙승했습니다. 하지만 당선 직후인 1945년 4월 조지아주 웜 스프링스에서 병환으로 사망해 16년이 아닌 13년만 권좌를 지켰습니다.

사망 당시의 나이가 63세에 불과했고 지지층이 워낙 견고해 건강만 뒷받침됐다면 아마 5선이나 6선도 가능했을 겁니다. FDR이 사망한 뒤 미 의회는 ‘미국 대통령은 2선으로 끝난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21조를 통과시켜 미덥지 않은 불문율을 정식 법률로 만들었습니다.

FDR은 요즘의 트럼프 못지 않게 지지층과 ‘안티’가 극명하게 나눠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의 정책인 금융규제와 독과점 금지, 소셜시큐리티, 노동조합 보호 등에 대해 반대파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민간기업을 파멸시키는 악마같은 짓’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기조는 현대 민주당의 정책적 뿌리가 됐고, FDR를 비난하던 공화당도 그의 주요정책에는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40년 넘게 미국 정치를 좌우해

미국정치가 FDR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지금 미국 공화당원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을 물으면 아마 레이건을 1위나 2위로 꼽을 겁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보이는 트럼프도 레이건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미국 현대사를 분류할때 레이건이 취임한 1980년부터 금융위기(Great Recession)가 찾아온 2008년까지를 ‘탈규제 시대(Deregulation Era)’ 혹은 ‘레이건 시대(Reagan Era)’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레이건이 세금인하와 규제축소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이른바 ‘공급측면 경제학’을 바탕으로, 미국을 40년 넘게 지배했던 FDR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그의 경제정책은 이후 New Democrats인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고 같은 공화당인 아버지와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는 심화해서 계승됐습니다. 결국 규제를 심하게 풀다가 서브프라임 등으로 경제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레이건 대통령이 가장 존경했던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바로 FDR입니다. FDR 재임 당시 미국배우조합 회장 등을 지냈던 그는 “공화당원이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4번 모두 투표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어찌보면 멀고도 가까운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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