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2] 한인들은 민주당만 좋아한다?

May 10, 2019

 

미국의 건국 역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종교 탄압을 피해온 사람들이 부당한 세금에 맞서 세운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의 미국 정치도 이 문장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종교와 표현 등 개인의 자유(Individual Liberty)와 세금으로 상징되는 국가의 간섭과 역할(Roles of Government)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정당이 나눠지고 지지 계층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인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보수진영과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인식됩니다. 물론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각 나라의 역사와 정치 현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됩니다.

한국이 경제이념에 더해 남북분단에 대한 인식을 분수령으로 보수와 진보가 나뉜다면 미국은 자유시장(Free market) 사상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양측이 구분됩니다. 미국의 보수진영은 여기에 더해 유대-기독교 가치(Judeo-Christian Values)라는 종교적 신념까지 지키려고 합니다. 동성결혼과 낙태 등의 문제를 놓고 공화와 민주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대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트럼프가 집권해 반이민정책을 쏟아내고, 인종차별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같은 인식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인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아시아계 시민단체인 AIPA Vote가 지난해 실시한 중간선거 관련 설문조사(조사자료 전문)에 따르면 연방 상원의 경우 한인들의 60%가, 하원은 69%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공화당 후보에 대한 투표의사는 각각 28%와 24%에 그쳤습니다. 공산 정권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베트남계가 가장 공화당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조차 상원 선거에서는 50%가 민주당을 선호했고 공화당은 20%에 불과헀습니다.

세부 설문을 살펴보면 왜 한인들이 민주당을 선호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인들의 56%가 ‘큰 정부와 더 많은 공공서비스(Bigger government and more services)’를 원해 아시아계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반면 ‘작은 정부와 더 적은 공공서비스(Smaller government and fewer services)’는 24%에 그쳤습니다.

공화당은 자유시장 경제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정당입니다. 트럼프는 이를 극으로 몰아붙여 경제 중-하위층 대신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은 대폭 삭감해주고 공공 서비스는 최대한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독점기업의 국유화나 부유층에 대한 ‘폭탄’ 세금을 주장하는 버니 샌더스 등 사회주의자들을 ‘미국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렇다면 한인들이 공화당, 더 나아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꼭 비난받아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한인들도 나름대로의 정치적 신념과 가치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중시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이같은 미덕을 깬 사람이 트럼프이기는 해도, 그 사람의 나쁜 점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조지아주 최초 주의원 출신으로 연방지검을 맡고 있는 박병진(BJay Pak) 지검장도 공화당 소속입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도 한인을 비롯해 많은 아시아계가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새는 좌우 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대표기자

흑인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 유색인종의 대다수는 여전히 민주당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