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이 찾은 한인타운 뉴몰든 어떤 곳

Nov 9, 2023

한인 절반 약 2만명 거주, 유럽 최대 규모…식당, 슈퍼 등 몰려 있어

이달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빈 방문 전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찾은 곳이 한인타운 뉴몰든(New Malden)이다.

대관식 후 첫 국빈으로 윤 대통령을 초청한 찰스 3세 국왕은 8일(현지시간) 뉴몰든을 처음으로 방문해 한인 사회와 만나고 한국 음식 등을 둘러봤다.

양국이 이날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세부 일정을 공개하며 뉴몰든 행사에 더욱 의미가 부여됐다.

찰스 3세가 영국에서 한인타운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찰스 3세는 1992년 11월 왕세자로서 한국을 방문했고,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국가정원 안 영국정원이 ‘찰스 3세 국왕 정원’으로 명명된 인연이 있다.

영국 런던 남서부 끝자락에 있는 뉴몰든은 1970년대부터 한인들이 터를 잡고 공동체를 일군 곳으로, 영국뿐 아니라 유럽 최대 한인타운이다.

런던 도심 남부 관문 워털루역에서 기차로 20여분 거리로, 런던의 32개 구(Borough) 중에 킹스턴구(Royal Borough of Kingston upon Thames) 소속이다.

현재 뉴몰든에 한인이 1만명 살고, 주변 지역까지 포함하면 약 2만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영국 전체 한인 약 4만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런던 도심보다 집값이 싼 데다 도심 접근성과 교육환경이 좋아서 주재원, 교민, 학생 등이 주거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예전엔 대사관저와 삼성 등도 뉴몰든에 있었다.

지금은 한국 식당과 카페가 20여개에 달하고 한국 슈퍼, 대형마트, 세탁소, 정육점, 미용실, 교회, 병원, 학원, 이사업체, 부동산 중개업소 등 온갖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몰려있다.

특히 중심 상권인 기차역 주변에는 왕복 2차선 좁은 차로를 사이에 두고 한국 식당, 상점이 늘어서 있으며, 한글 간판도 많이 붙어있다.

영국 런던 뉴몰든 한인타운
영국 런던 뉴몰든 한인타운 [촬영 최윤정]

지금은 런던 도심에도 한식당이 많아지고 현지인이 한국 음식을 응용해서 파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뿐 아니라 유럽 많은 지역에서도 뉴몰든에 와야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유럽에 진출한 유명 운동선수들이 뉴몰든에 와서 자장면이나 한국 음식을 먹고 간 이야기들이 아직도 들리곤 한다.

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뉴몰든이 영국 내 한국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 교민은 “몇 년 전부터 K팝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뉴몰든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자고 졸라서 오는 경우가 늘었고 어른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치맥’ 등을 먹어보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가디언지에서는 새로 문을 연 한국 식당에 관해 리뷰를 싣기도 했다.

뉴몰든이 속한 킹스턴구는 올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김치의 날(11월 22일)을 지정하기도 했다.

뉴몰든은 한 때 ‘뉴몰동’이란 별칭으로 불리고, 연말이면 한글로 음주운전 예방 홍보 플래카드가 붙는 등 한인만의 동떨어진 공동체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영국 사회에 많이 녹아들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난민으로 온 탈북민들이 유입돼 ‘리틀 평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재원, 교민과 탈북민들은 이웃으로, 슈퍼, 식당 등에서 사업주, 직원, 고객으로 서로 마주치고 학교에서는 학부모로 만난다.

뉴몰든은 영국에서도 인종적 다양성이 큰 지역으로, 한인들은 홍콩과 동남아 등 다른 지역 출신들과도 어울려 지내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는 국왕의 한인 타운 공식 방문으로 이민 역사가 길지 않은 한인들이 한층 더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포함해 영국 왕실 고위 인사들이 뉴몰든을 방문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날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방문을 취재한 영국 언론인들은 뉴몰든에 이렇게 한인이 많이 사는지, 한국 식당들이 많은지 몰랐다며 현황과 배경 등을 흥미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