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신드롬 팬덤 넘어 사회현상 됐다

Feb 5, 2024

팬들과 강한 유대감, 사회적 파급력으로 이어져…’스위프트 노믹스’ 신조어도

대선국면서도 한복판으로…트럼프 강성 지지자, 음모론 퍼뜨리며 파괴력 경계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 받은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4일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네 번째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쓴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며 팬덤을 넘어서 신드롬의 영역을 만들어 냈다.

이로써 서른 넷의 스위프트는 네번째로 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프랭크 시내트라, 폴 사이먼, 스티비 원더 등 역대 그래미상을 3번 수상한 기라성 같은 ‘전설’들의 아성을 무너트리며 새로운 전설이 됐다.

진솔한 감정과 경험을 녹인 스위프트의 음악은 대중으로 하여금 그와 강력한 유대감을 갖도록 이끌었고, 이는 ‘나비효과’와도 같은 사회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국내 및 월드 투어 콘서트로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유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경제적 현상’이 됐다.

스위프트의 파워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도 판을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스위프트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컨트리 음악’ 좋아한 소녀, 세계적 팝스타로

198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스위프트는 10살 때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특히 컨트리 음악에 매력을 느낀 그는 13살 무렵, 부모님을 설득해 고향을 떠나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 테네시주 내슈빌로 이사했고, 2006년 자신의 데뷔 앨범 ‘테일러 스위프트’를 발표했다.

그 뒤 올해까지 11장의 정규 앨범과 4장의 재녹음 앨범을 낸 스위프트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을 휩쓸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을 매료하는 스위프트의 힘은 무엇보다 그의 탁월한 작곡·작사 능력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니 버트 미국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는 “스위프트가 단어들이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아는 뛰어난 귀를 지녔다”며 “이야기를 전달하고 캐릭터를 창조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음악지 롤링스톤은 “스위프트는 노래의 절(verse)과 코러스, 브리지를 연결하는 구조에 대한 직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속 한 장면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속 한 장면 [CJ CG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진솔한 음악으로 팬들과 유대감…보편성의 힘

전문가들은 스위프트의 팬들이 그녀와 특별한 연대감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자전적 이야기를 가사로 쓰며 자신의 감정을 노래에 솔직히 담는 스위프트의 스타일은 ‘보편성의 힘’을 갖는다.

그 결과,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의 10대 시절 성장통을 어루만져 준 스위프트에 충성스러운 팬이 됐다.

또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3장의 정규 앨범 등을 내며 왕성히 활동한 스위프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접할 기회를 얻으며 팬층으로 합류했다.

하버드 의학대학원 연구원 알렉산드라 골드는 “스위프트의 가사에 많은 사람들은 공감한다. 그것이 보통 삶에서 겪을 만한 경험이기 때문”이라며 “그의 팬들은 스위프트와 강한 사회적·감정적 유대감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실제, 스위프트의 곡 중에는 유명 배우·음악가 등과 사귀며 겪은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도 많아 팬들 사이에 누구에 관한 내용인지에 대한 ‘논쟁’이 오가곤 한다고 미국 주간지 ‘더 위크'(The Week)는 전했다.

 NFL 경기장 찾은 테일러 스위프트
NFL 경기장 찾은 테일러 스위프트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커지는 사회적 파급력…미국 대선, 주요 ‘변수’로

스위프트와 팬들 사이의 두터운 유대감은 그의 사회적 파급력을 더욱 확대했다.

특히 정치권은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스위프트의 ‘입’에 주목해왔다. 스위프트가 밝히는 신념·가치에 대한 한 마디, 한 마디가 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스위프트는 2018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나는 항상 어떤 후보가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을 위해 싸우느냐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며 “LGBTQ(성소수자) 권리 투쟁을 믿으며, 성적 지향이나 성별에 근거한 모든 형태의 차별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가 맞붙었을 때는 바이든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스위프트는 아직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토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화당은 스위프트의 ‘전적’을 고려해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스위프트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친(親)트럼프 진행자와 논객들은 스위프트를 향해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며 일제히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은 SNS 등에 스위프트와 관련한 음모론을 퍼나르는 중이다.

스위프트가 미 국방부(펜타곤) 비밀요원이라는 음모론, 스위프트와 그의 연인인 미 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실제론 민주당 지지를 위해 만들어진 거짓 커플이라는 주장 등이 그 내용이다.

여기에 스위프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SNS에서 확산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스위프트가 겪는 이같은 수난은 음악계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정치 영역에까지 미치는 그의 존재감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알렉산드라 골드 연구원은 스위프트가 팬들에게 ‘롤모델’로서의 입지를 가진다며 “(팬들의 입장에서) 그는 자신의 가치를 고수하고 팬들에게 목표가 무엇이든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