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68호

Aug 19, 2019

 미국 대학의 힘

오늘과 내일 이틀간 뉴욕에 다녀 오느라 애틀랜타를 비우게 됩니다. 대학에 입학하는 큰 아이를 데려다 주기 위해 떠나는 길인데 멀리 보내다 보니 챙길 짐도 많고, 아내는 벌써부터 서운한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모양입니다.

입학하는 학교는 학생수가 모두 1800명 정도의 작은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칼리지인데 북쪽의 학교 답게 인종적 구성이 다양한 편입니다. 큰 아이 룸메이트도 페루에서 온 유학생이라고 합니다. 짐을 챙기다 학교에서 보낸 홍보자료를 다시 읽어보았는데 학교가 갖고 있는 endowment(기부금)가 10억달러(한화 1조2천억원)라고 소개돼 있었습니다.

웬만한 고등학교보다 작은 대학교가 이렇게 많은 기부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른 유명대학교의 기부금을 찾아보다 더 놀라고 말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는 하버드대학은 383억달러(약 46조원), 예일 294억달러, 프린스턴 259억달러, 스탠퍼드 265억달러, MIT 165억달러 등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이공계 대학은 대부분 국공립입니다.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한 학문이어서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사립대학들이 최고의 이공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힘의 원천이 바로 기부금입니다.

대학을 통한 과학기술 개발이 국가의 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업들과 동문들, 다른 독지가들이 수십년, 수백년간 기부를 아끼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학에 대한 기부에 대해서는 세금혜택도 많습니다.

한국은 요즘 한국전력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전공대’ 때문에 논란이 많습니다. 한국전력이 주체라는 것은 말 뿐이고 사실은 현 정부에서 반강제로 밀어부치고 있는 사업입니다.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한전이 대학을 만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국책 연구대학이 포화상태인데다 학생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이해가 안됩니다.

대학의 연구개발은 단기적인 정책으로 성과를 내려해서는 안됩니다. 이번 정권에 열매가 없더라도 하나하나 필요한 분야에서 연구가 쌓일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놓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만만한 공기업만 못살게 굴어 대학을 만들어놓는다고 해서 제대로 된 연구개발 성과가 나올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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