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린치’에 식당 업주 극단적 선택 파문

Jan 16, 2024

이탈리아 피자집, 동성애 혐오 고객 출입금지 리뷰 자작극 논란

방송사도 비판 가세…정치권 “언론 ‘마녀사냥’이 죽음으로 몰아”

숨진 업주의 피자집
숨진 업주의 피자집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탈리아에서 ‘가짜 후기’ 논란을 일으킨 식당 업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치권 등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조반나 페드레티(59)씨가 전날 람브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페드레티씨에게서 타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로디에서 남편과 함께 30년 넘게 피자집을 운영해온 그는 동성애 혐오 손님을 출입 금지해 화제를 모았다.

한 손님이 리뷰란에 “그들은 저를 동성애자 커플과 장애인 소년 옆에서 식사하게 했다”며 악성 후기와 함께 별점 1개를 남겼다.

그러자 페드레티씨는 “우리 식당은 당신과 같이 저급한 인간을 위한 곳이 아니다. 다시는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댓글을 달았다.

페드레티씨는 이 일로 찬사를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유명 셰프 출신인 로렌초 비아가렐리, 유명 인플루언서인 셀바자 루카렐리 등은 후기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페드레티씨가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자작 후기글을 올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의 뉴스 채널 TG3에서도 해당 논란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페드레티씨의 피자집 후기 란에는 악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전날 새벽 집을 나선 그는 오후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역 주민들은 페드레티씨가 운영한 피자집이 항상 만석이었다며 식당 홍보를 위해 후기를 지어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에 가세하면서 이번 사건은 진영 간의 공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파 집권당인 동맹(Lega)과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좌파 언론과 진보적인 인사들이 마치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세기의 스캔들’인 것처럼 식당 업주를 공격해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했다.

동맹의 중진 의원인 마라 비조토는 “로디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라며 “TG3와 루카렐리가 가짜 후기 의혹을 마치 워터게이트 스캔들처럼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동맹 의원인 이사벨라 토발리에리는 “로디 식당 주인 사건에는 상식이 사라졌다”며 “언론의 린치를 촉발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 이사회의 FdI 추천 인사인 프란체스코 팔리니는 “공영 방송사가 ‘미디어 린치’를 가해서는 안 된다”며 “식당 업주가 언론에 의해 약식 재판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